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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당타시

진님이 타들어가는 시간 - 5/26 @서울대입구역, 서울.

진님은 이우드 호스트가 아끼는 고등학교 후배입니다.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주는 진님을 이우드 호스트가 만나뵈었습니다. 

 

저는 요즘 소진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무언가 열중해서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막상 그 어떤 일도 열중을 쏟아붓지 못하는 느낌이에요.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건 또 아니에요.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은 많은데 모두 공허한 느낌이 들어요. 이 정도로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닌데 중책을 맡게 된 일도 있구요.

 

이번에 동아리를 이끌게 된 일이 심적으로 가장 크게 다가와요. 사실 활동을 시작할 때에는 멘토 역할로 방학 동안에만 잠시 하고 싶었던 활동인데, 이번 학기 들면서 서포터즈 일도 이끌게 되면서 매주 한번씩 회의를 간단하더라도 하게 되었어요. 멘토링은 제가 방학 동안에 휴식과 충전의 의미로 하고 싶었던 활동인데, 방학 외 학기 중에도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바람과는 달라서 저를 괴롭히는 것 같아요. 학생회 활동도 매주 해야 하는 일 중에 하나에요. 서포터즈 일, 학생회 일을 매주 하다보니 정작 저를 소진시킬 일을 하는 데에 필요한 시간이 부족한 느낌이에요. 

 

서포터즈 일은 가장 총책임인 제가 일을 하기 싫으니 걱정이에요. 그럼에도 만들어야 할 행사가 있어서 하나하나 할 일을 해나가곤 있는데 힘이 나질 않아요. 

 

호스트 : 음,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제가 밴드 공연 총책임을 맡았을 때가 생각이 나네요. 저도 학기 중에 행사를 기획하고 밴드들을 준비시켜야 했는데, 막상 제가 바쁘고 심적으로 동기가 안서니 일이 한없이 미루기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생각이 든 순간 저는 정기 회의를 만들어서 일을 했던 것 같아요. 정기적으로 해야 할 일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 저를 그나마 움직이게 했던 것 같아요. 

 

어떤 활동이던지 간에 아무리 하고 싶어서 지원했다 하더라도 그 일을 누군가 시키고 꼭 해내야 한다면 내적으론 하고 싶지 않은게 당연지사인 것 같아요. 스스로 일을 시키는 저마저 그랬으니 말 다했죠. 그래서 저는 제 동료 운영진들에게 일을 지시하기보다, 일을 기꺼이 찾아서 할 수 있도록 운영팀 활동을 설계하려고 노력했어요.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공유하고, 불필요한 회의는 최대한 짧게, 최소한 해야 할일만 명확히 배정하고, 나머지 일들은 제가 다 도맡아 했어요. 그러다 보니 다들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잘 해낼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해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을 이끈다는 것은 정말 어렵고 지치는 일인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저는 이 일을 같이 하기로 지원한 사람들을 떠올려요. 그들이 뭔가 바라는 것이 있어서 참여했다는 생각을 하고, 그것들은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만들 수 없다는 생각으로 저를 치켜세우곤 해요.

진님과의 당타시. 불안함. 따뜻함. 달리기

 

 


 

이번 여름 방학에는 그래서 저를 소진시킬 수 있을 만한 일들을 좀 하려구요. 멘토링 활동도 하고, 밴드 연습도 하고요. 이번 방학에는 연기 활동을 도전해볼 것 같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드라마 보길 좋아했어서 막연하게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그걸 실제로 도전해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근데 이제는 대학에 오고 새로운 미래를 그려갈 시간이 주어진 이 때에 '지금 아니면 도전해볼 기회가 없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마음 가짐으로 연극 동아리를 들어가게 된 것 같아요. 이번에 연기를 도전해보면서 스스로 '이 일이 내 스스로를 소진시킬 수 있는 일인가' 하고 생각해볼 것 같아요.

 

저는 어떤 꿈을 가지거나 도전을 망설일 때 그런 생각을 해요.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만약 내 옆집에 산다면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요. 지금은 변호사의 꿈을 가지고 열심히 학점 관리도 하고 준비하고 있는데, 제게 변호사란 일이 그런 직업인 것 같았어요. 옆집 사람이 매일 변호사 일을 하러 나간다면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근데 요상하게, 그것보다 더 오랫동안 접한 '배우'라는 직업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호스트 : 음, 근데 그건 그 배우가 더 끌리지 않는다, 라기보다 심적으로 변호사가 더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손석구는 뭔가 주변에 있을 법한 잘생김이라서 더욱 끌린다고. 무엇이든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 있는 게 그렇지 않은 것보다 더 끌리는 거 아닌가 생각해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이번 활동을 해보면서 더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어요. 


저번주는 팽팽 놀았어요. 때늦은 중간고사를 보고 나서 해방감에 하루종일 드라마도 보고 놀았어요. 그렇게 놀아도 뭔가 마음이 불편한 구석이 있었어요. 계속 '아, 뭐라도 해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어서 편히 쉰 것 같지도 않아요. 스스로를 소진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건 아마도 지금의 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서 온 것 같아요. 나중에 도움이 될 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계속 드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학기 중에는 해야할 일도 많고 해서.. 아무래도 할 힘이 안나는 것 같아요.

 

호스트 : 저도 백번 공감하는 마음이에요. 우리가 '무위'에서 불안함을 느끼는 이유는 학창시절만 평생토록 지내온 우리가 '정해진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방법'을 연습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우리 같은 소위 '모범생'들은 얼마나 또 그런 것이 잘 체화되었겠어요. 그런 우리에게 목표를 직접 새로 세우는 시간이 주어지니 그런 걸 처음 해보는 저희는 어쩔 줄 모르는 거죠. 

 

저는 그럴 때마다 더 마음 편히 쉬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아요. 목표를 향해 달릴 줄 아는 것 만큼 목표를 이룬 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이렇게 끝없이 노력하는 것도 궁극적으론 여유롭고 행복해지기 위함이잖아요. 그것들이 잠시 주어진 지금, 진심으로 누리고 즐기는 연습도 필요하다 생각해요. 그래야 다시 일어나 달려야 할 때 더 이악물고 달릴 수 있을 거에요.

 


호스트 : 흔히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잖아요. 저는 달리기를 좋아하는데 정말 달리기하면서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달리기를 하다 보면 당장이라도 멈추고 싶은 순간에 계속 스스로를 밀어붙이는 연습을 해요. 그 고통에서 한 발짝 벗어나 마주하고, 아직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면 실생활에서도 그런 힘든 순간들에 더 의연해질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달리기 좋아해요. 달리기 같은 운동을 하다 보면 정신이 맑아지는 게 있어서 좋아요. 근데 학교가 언덕에 있어서 달리기는 좀 어려운 것 같아요. 방학 동안엔 운동도 하면서 체력도 소진시켜야겠어요.


5월 26일 오후 4시. 서울대입구역 BANJO에서.